[칼럼] 울산(동남권) 산단 혁신을 위한 사업화 연구단지 필요성 (1)
[울주뉴스=문양규 기자] 울산은 대한민국의 산업 중추로서 제조업 기반의 경제 구조를 지니고 있으나 최근 몇 년 동안 경쟁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세계 수준의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는 UNIST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울산 산업의 상황이 더 나아지고 있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본 고에서는 그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으로써 UNIST(울산과학기술원)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화 연구단지 조성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한다.
울산의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의 협력사로서 상용화 개발이 완료된 기술을 받아 양산하는 방식의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반면, UNIST와 출연연에서 개발하는 첨단 기술들은 대부분 실험실 수준에서 검증된 기술 (TRL3 단계)들이다. 이 기술들은 상용화 연구개발 과정 (TRL4-8단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울산 어느 곳에도 UNIST나 출연연이 개발한 세계적인 연구 결과를 상용화 단계까지 끌어올리는 연구개발 조직이 없다. 이는 UNIST가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울산에 기여하는 바가 저조하다는 비판을 불러오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성공적인 기술 이전과 상용화는 산학연 협력의 강화와 전문 인력의 배치에 달려 있다. 해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의 실리콘 밸리, 독일의 Fraunhofer 연구소, 영국의 Catapult 센터 등은 연구기관과 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연구개발 성과를 신속하게 상용화하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UNIST가 개발한 기술과 울산 기업들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는 이상 실질적인 산학연의 협력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울산 산단의 혁신과 진화 발전을 위해서는 이 격차를 매울 수 있는 산학연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UNIST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화연구단지의 조성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UNIST를 중심으로 하는 사업화연구단지의 핵심은 상용화 연구개발센터가 될 것이다. 이 센터의 고유 기능은 실험실 수준의 기술을 기업에서 상용화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로 연구개발하고 이를 기업에 이전하여 사업화하도록 돕는 데에 있다. 이 센터가 그 목적을 성공적으로 달성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교수들과 현장 전문가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학 교수들은 실험실 수준의 선행연구에 전문성을 갖고 있다. 이들은 상용화 연구개발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조직으로부터의 여러 제약으로 인해 실험실 수준 이상의 기술을 개발해 내기가 지극히 어렵다. 따라서 이 센터는 현업에서 10년 이상 상용화 연구개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석박사급 연구자들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UNIST와 출연연은 원천 및 개념기술을 개발하고, 이 센터에서는 기업에서 사업화할 수 있는 상용화 기술을 개발하여 연구개발 전주기 체계를 갖출 수 있다.
사업화연구단지에는 울산(동남권) 기업의 연구소가 입주를 하고, 기업들은 상용화연구개발센터와 협력하여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를 하는 한편, 상용화 연구개발 노하우를 익혀 장차 독립적으로 전주기연구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울산(동남권) 산단의 혁신적인 진화와 발전을 꿰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울산에 사업화 연구단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술 이전과 상용화 연구개발을 위한 재정적 지원, 상용화 연구개발 과제의 개설, 세제 혜택, 교육 프로그램 등이 마련되어야 기업들이 연구소를 열고, 혁신적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또한 기술 이전 과정에서의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명확한 계약 체계와 평가 시스템이 수반되어야 한다.
대덕 연구단지가 기초연구개발에 중점을 둔다면, 울산의 사업화 연구단지는 울산(동남권) 산단에서 실리콘 밸리처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신산업이 끊임없이 탄생할 수 있도록 상용화연구개발을 핵심 가치로 둬야 할 것이다. 단지내 조성된 상용화연구개발센터는 울산(동남권) 기업을 기반으로 신사업이 지속적으로 창출되게 하는 핵심 조직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울산에 인재와 인구가 유입되고, 동남권 산업벨트의 혁신을 가져와 지혁 균형 발전의 핵심 수단이 될 것이다.
울산(동남권) 산단은 거대하나 제대로된 연구소를 갖고 있는 기업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힘들다. 중소중견 기업의 CEO들을 만나보면 연구개발에 대한 열망은 크나 보고 듣고 배우고 함께할 데가 없다. 대기업의 연구소는 모두 수도권으로 이전 되었다. 7000개가 넘는 대기업 협력사들이 21세기에도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대한민국 산업 혁신의 첨병이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 울산(동남권) 산단의 혁신을 위한 사업화 연구단지의 조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이다. 이는 UNIST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고, 울산(동남권) 산업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게 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혁신적인 해결안이 될 것이다. 울산의 미래는 이제 우리의 결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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